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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못한 길 — 미술에 대한 미련이 아이패드를 사게 했다

by 오늘이 가장 젊은 루하인 2026. 7. 3.

 

가보지 못한 길의 미련 — 피아노 대신 미술학원 보내달라 대성통곡했던 아이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았다. 미술 시간이 제일 좋았고, 미술 선생님도 좋아했다. 제법 그림도 그렸던 것 같다. 그래서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엄마한테 졸랐지만 재고의 여지도 없이 거부당했다. 왜 피아노는 되고 미술은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 생각해 보니 사실 그 시절 화가라는 작업이 배고픈 직업이긴 했다.  엄마의 답은 단호했다. 미술은  된다. 피아노를 배워라. 결국 억지로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체르니 30번까지는 배웠지만 마음은 늘 딴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크면  미술을 배우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취미로 미술학원을 다닌다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돈도 시간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그림에 대한 미련은 마음 한편에 조용히 묻어뒀다.

 

그러다 어느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한 영상에 꽂혔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영상이었다. 애플 펜슬 하나로 수채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일러스트를 만들고, 심지어 그걸로 돈까지 번다는 내용이었다. 화면을 보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걸로 그림을 그릴  있다고? 그 영상들은 묻어뒀던 내 오래된 욕망들을 끄집어냈다. 그것들은 내게 '지금이야. 해보자 . 별거 아냐'라고 속삭였다. 지금 보다 내가 시간과 여유가 더 생긴다고  달라질까?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두려움이 반이고 설레임이 반이다. 나이가 들면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더 배가 된다. 지금 용기가 없어 못하면 나중에도 못 할 것이다. 미루고 있던 건 나의 비겁함이고 그냥 핑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삼성 갤럭시는 프로크리에이트를 사용 못 하는 거지?— 결국 아이패드를 샀다

 

디지털 드로잉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것이 프로크리에이트를 검색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프로크리에이트는 애플 기기에서만 설치할  있었다. 집에 삼성 갤럭시 탭이 2대나 있는데. 백만 원 돈을 써야 한다고?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싶은데 아이패드가 내 발목을 잡았다. 왜 갤럭시 패드는 안 되는 거야? 삼성 임직원 분들 혹시 제 글을 읽으신다면 갤럭시에도 프로크리에이트 사용하게 해 주실 수 없을까요?

 

또 한 가지 아이패드를 사기 망설인 이유가 있다. 삼성 갤럭시만 사용해 온 나에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사용은 어렵게 느껴졌다.  딸아이 아이폰을 가끔 만지다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였다. 그러니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보다 내가 아이패드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난 보통의 중년들과 달리 전자기기를 잘 다루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휴대폰부터 노트북까지 아이들 도움 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아이폰은 잘못 만지면 갑자기 화면이 사라져 버리고 키보드도 낯설고 너무 복잡했다.  딸아이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늙은 취급을 받게 될까 봐 싫었다.

 

하지만 나의 욕망이 이겼다. 아이패드를 질러버렸다.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고 딸아이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아이패드와 실랑이  — 진짜 아이패드 이럴래?

 

처음 아이패드를 받고 한참을 열어 보지 않았다. 아니 열어서 전원을 켰다가 이건 뭐지 싶어 다시 상자에 넣어 버렸다. 창을 닫는 법도 여는 법도 인터넷 창이 어디 있는지, 갤러리에서 사진을 저장하는 것도 지우는 것도 다 낯설었다. 진짜 이건 말이 안 됐다.수없이 딸아이를 불러댔다. 생각해 보니 그때 챗지피티한테 물어봐도 됐는데 그때는 챗지피티와 친하지 않았을 때였다. 사실은 챗지피티가 그런 것도 가르쳐줄지 몰랐다. 

 

역시 사람은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고  배워야 하는 법. 이제는 제법 아이패드를 잘 다룬다. 써보니 왜 젊은 친구들이 아이패드, 아이폰을 좋아하는 지도 이해가 갔다. 물론 난 우리나라를 사랑하기에 갤럭시를 계속 쓰겠지만. 이젠 사실 좀 더 큰 아이패드가 가지고 싶다. 사람의 욕심이란… …

 

30일 완성 아이패드 드로잉 책과 사투 —  독학을 포기하고 미술학원을 찾다

 

아이패드 사용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30일 완성 아이패드 드로잉 책으로 본격적으로 프로크리에이트를 공부를 시작했다. 따라하면  알았다. 30일 후 인스타에서 봤던 그림처럼 그릴 수 있을 줄 알았다. 백 만원짜리 내 아이패드를 하찮게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선 하나도 반듯하게 잘 그려지지 않았다. 많은 다양한 붓과 다른 쓰임새, 어떤 그림에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적합한지 잘 몰랐다. 그저 빈 화면에 붓 테스트만 할 뿐이었다.또한 아이패드 펜슬의 사용도 익숙하지 않았다. 펜의 압력에 따라 획과 굵기도 달랐다. 그걸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답이 없었다. 도대체 이걸로 수채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농도 표현이나 질감 표현을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 것인지. 인스타를 찾아도 보고, 유튜브를 찾아도 봤지만 한계가 느껴졌다. 이건 아니다. 절대 실력이 늘 수가 없다. 인정하고 빨리 이 비싼기계의 본전을 회수 해야했다.

 

결국 디지털 드로잉을 가르치는 미술학원을 찾아갔다. 솔직히 처음엔 망설였다.  나이에 미술학원을 다닌다는  어색했다. 왠지 학생들만 가득한 강의실에 나만 외톨이 일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미리 전화로 상담을 하면서 일반인들도 많냐고 묻고 학원을 정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첫날 미술학원에 들어가 보니 웬걸 거의 내 또래 거나 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심지어 외국인도 있었다.  첫 수업을 받고 얼마나 신이나던지. 재미있어서 미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흥분이 가라 앉지 않았다. 잊기 전에 계속 배운 기능을 써봐야 했다. 그래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며 밤 늦도록 여러 그림을 그렸다.  왜 자꾸 뒤 돌아서면 잊혀지는지. 반복이 답이다.  

 

역시 미술학원에서 배우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선생님께 직접 배우니 혼자 몇달을 헤매던 것들이  번에 풀렸다.  뒤로 프로크리에이트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선생님께 칭찬도 들었다. 너무 열심히 즐겁게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하면 열심히 하게되고 수업 시간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어릴 때 미술학원을 다녔다면 그때도 이렇게 재미있어 했을까? 금방 실증을 내는 나는 어쩌면 중도 포기 했을 수 있다.

 

배움엔 나이가 없다 했다.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보니 옛사람들의 말이 다 맞는 말이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이제 나이라는 핑계를 저 멀리 날려보내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 할 것이다. 살면 얼마나 살겠는 가... 한 50년? 고인 물이 되지않고 흐르는 물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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