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 작사가 끼어드는 타이밍
가사는 음악의 어느 단계에서 만들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곡이 완성되기 전에 가사를 먼저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음반 제작 과정은 다르다.순서를 알면 왜 가사를 빨리 써야 하는지, 왜 음악에 맞게 써야 하는지 이해가 된다.
음반 제작 과정은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회사에서 컨셉 회의를 한다. 어떤 분위기의 앨범을 만들지, 타깃 청중은 누구인지 정한다. 그 다음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하고, 만들어진 곡들 중 수록곡을 결정한다. 그리고 나서야 작사가에게 가사를 의뢰한다. 가사가 결정되면 세션 레코딩, 보컬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재킷 제작 순으로 진행되어 음반이 발매된다.
작사가 끼어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작사는 레코딩 직전 단계에 놓여있다. 즉 작사는 데드라인에 매우 가까이 있다. 가수가 레코딩 전에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가사를 완성해야 한다. 이것이 작사가가 항상 빠르게 쓸 수 있는 소재와 단어를 쌓아두어야 하는 이유다. AI로 음악을 만드는 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롬프트를 넣기 전에 가사가 완성되어 있어야 하고, 그 가사가 멜로디와 맞아야 한다.
내 글이 아닌 음악을 위한 글 —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라
작사 수업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말이 있다. “글 쓰는 이의 의도대로 쓰는 글은 문학이지 작사가 아니다.” 작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게 아니라 음악에 어울리는 글을 쓰는 것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게 작사의 첫걸음이다.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세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째, 악기 편성이다. 피아노 중심의 곡과 일렉트릭 기타 중심의 곡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피아노 발라드에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단어가 어울리고, 강한 드럼과 기타가 중심인 록에는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이 맞다.
둘째, 음악의 정서다.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여러 가지 감정, 즉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맞는 가사를 써야 한다. 밝은 멜로디에 슬픈 가사를 얹으면어색하다. 물론 의도적으로 반대 감정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고급 기술이다.
셋째, 가창자의 캐릭터다. 가수의 음색, 그룹인지 솔로인지, 어떤 이미지를 가진 아티스트인지에 맞는 가사를 써야 한다.
수노로 AI 음악을 만들 때도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수노가 만들어낸 멜로디와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가사를 쓰거나 수정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가사를 먼저 쓰고 억지로 끼워 맞추면 어색한 곡이 나온다.
음절수를 세는 법 — 가사가 멜로디와 맞아야 하는 이유
작사 수업에서 처음 배울 때 가장 낯선 개념이 음절수 추정이었다. 음절수란 멜로디 음표의 개수다. 즉 한 소절에 몇 글자를 넣을 수 있는지를 세는 것이다. 작곡가가 의도하는 자수의 정답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은 1-2-3-4, 1-2-3-4-5로 음절이 나뉜다. 여기에 한국어 가사를 얹으려면 정확히 같은 음절수의 가사를 써야 한다. “그대와 내가 만든 세상”은 자수가 맞아보이지만 실제로 멜로디에 얹으면 “그대와내 / 가만든세상”으로 들려서 엉망이 된다. 반면 “그대와나, 커다란 하나”는 음절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이 음절수 훈련에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팝송을 개사하는 것이다. 이미 완성된 멜로디에 한국어 가사를 새로 써보는 연습이다. 음절이 맞지 않으면 노래가 어색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절 감각이 생긴다. 수노로AI 음악을 만들 때도 가사를 넣고 들어보면 어색한 구간이 바로 느껴진다. 그 구간을 찾아서 비슷한 의미지만음절수가 맞는 단어로 바꾸는 게 바로 음절수 추정 작업이다.
작사 작업 순서 9단계 — 이 순서대로 하면 가사가 완성된다
수업에서 알려준 작사 작업 순서가 있다. 이 순서대로 하면 막막했던 가사 쓰기가 훨씬 체계적으로 된다.
1단계는 노래 구성 파악이다. 인트로, 벌스, 브릿지, 코러스 파트를 나누고 악기 배치를 파악한다. 2단계는파트마다 멜로디 음절수 나누기다. 각 파트에 몇 글자가 들어가야 하는지 미리 세어둔다. 3단계는 소재 정하기다. 곡의 분위기와 장르에 맞는 스토리를 고른다. 4단계는 가창자 캐릭터에 맞는 스토리 구성이다. 5단계는 주제와 맞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6단계는 이야기 재배치다. 노래 구조에 맞게 이야기를 다시 배치한다. 7단계는 발음이 편한 단어 찾기다. 고음과 저음 음역대에서 발음하기 편한 단어를 골라야 한다. 8단계는 불러보고 수정하기다. 멜로디와 리듬이 맞는지, 숨 쉬는 구간은 자연스러운지 확인한다. 9단계은 최종 확인이다. 전체 가사의 이야기 흐름과 화법이 통일됐는지 점검한다.
챗지피티를 활용하면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3단계에서 “이 분위기의 곡에 어울리는 소재 5가지를 알려줘”, 7단계에서 “이 단어와 비슷한 의미로 발음하기 쉬운 단어 3개를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9단계에서는 “이 가사의 화법이 통일됐는지 확인해줘”라고 하면 어색한 부분을 짚어준다. 이 9단계 프로세스와 챗지피티를 조합하면 누구든 체계적으로 가사를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