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을 노래로 만들고 싶었다
이번엔 무겁거나 슬픈 이야기 말고, 순수하게 희망적인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제목은 “Possibility”. 아직 오지 않은 내일,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꿈들, 그리고 그걸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곡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이별이나 상실, 결핍을 감추는 자기과시처럼 어딘가 무거운 감정을다뤘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가보고 싶었다. 특별한 캐릭터나 복잡한 서사 없이, 그냥 순수하게 응원이 되는노래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다. 가사를 쓰면서 “닫힌 게 아니야, Open the door”, “오늘의 내가 미래를 열어” 같은 구절들이 생각보다 술술 나왔다. 무거운 감정을 다룰 때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써 내려간 것 같기도 하다.
챗지피티와 스타일을 놓고 몇 번을 다시 짰다
가사가 완성된 다음이 오히려 더 오래 걸렸다. 이 가사에 어떤 장르를 입혀야 할지, 챗지피티와 몇 번이고 다시 의논했다. 처음 받은 제안은 Future Garage × Ambient Pop × Art Pop 조합이었는데, 몽환적이고공간감 있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문득 챔버팝(Chamber Pop) 스타일을 넣어보면 어떨지 물었더니, 오케스트라를 넣으면 자칫 너무 웅장해질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가사는 “희망을 외치는 노래”가아니라 “조용히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노래”에 가까워서, 편곡이 과하면 오히려 가사의 여백이 사라진다는 거였다. 이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이해가 됐다. 확신에 찬 선언보다, 조용한 발견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걸 스스로도 다시 깨달았다. 이후로도 일본 가가쿠와 드림팝을 섞은 신비로운 버전, 아이슬란드 포크와 네오클래식을 섞은 월드뮤직 느낌의 버전, UK 개러지와 챔버팝을 섞은 실험적인 버전까지 여러 조합을계속 받아보며 하나하나 비교했다
결국 아이슬란드 포크로 결정한 이유
여러 버전 중에 최종적으로 고른 건 Icelandic Folk × Ambient Pop × Neo Classical 조합이었다. 이조합을 제안받았을 때 “영화 OST 같은 느낌”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그 말이 정확히 내가 원하던 분위기였다. 펠트 피아노, 활로 켜는 첼로, 유리 하모닉스, 덜시머 같은 악기들이 섞이고, 거기에 광활한 풍경같은 분위기와 희망적이면서도 신파로 흐르지 않는 톤을 원했다. 은은한 다이코 펄스와 시네마틱한 오케스트라 스웰까지 더해지면서 곡 전체에 잔잔하지만 확실한 상승감이 생겼다. 프롬프트 끝에 “human imperfections, no AI feel”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의도적이었다. 너무 완벽하게 다듬어진 AI스러운 소리보다, 사람이 부른 것 같은 미세한 불완전함이 남아있는 소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보컬도 여린 팔세토가 겹겹이 쌓이는 느낌으로 부탁했는데, 이게 곡 전체의 섬세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완성된 곡을 듣고, 그리고 발매까지
이렇게 완성된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끝이 아니야, Possibility”라는 후렴구가 반복될 때마다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그동안 이별, 상실, 자기과시 같은 소재의 곡들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이번처럼 온전히 희망만을 담은 곡은 오랜만이었다. 듣다 보니 문득 이 곡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 가사의 내용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스타일을 시도하고, 맞지 않는 것들은 걸러내고, 결국 맞는 하나를 찾아가는 과정. 마치 가사 속 “수많은 tomorrow” 중에서 “하나의 내일”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나온 김에 이번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발매까지 진행했다. 몇 번의 스타일 조율 끝에 완성된 이 곡이, 이제는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릴 수 있게 됐다는 게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