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색깔이란 무엇인가 — 나만의 문체를 찾는 법
작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좋은 가사를 보고 그 스타일을 따라 쓰려는 것이다. 하지만 작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다. 작가의 색깔이란 나만의 문체, 나만의 주제, 나만의 어조를 말한다.
같은 이별을 써도 누군가는 눈물로 쓰고, 누군가는 냉소로 쓰고, 누군가는 유머로 쓴다. 그 차이가 작가의 색깔이다.
나만의 색깔을 찾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일상을 관찰하는 습관이다. 카페에서 옆 테이블 대화를 듣고, 길을 걷다 마주친 표정을 기억하고, 드라마 속 대사 한 줄에 멈추는 것. 이 모든 관찰이 나만의 소재가 된다.
둘째, 남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별을 슬픔으로만 쓰지 않고 이별 후의 해방감으로 써보는 것처럼, 익숙한 감정을 낯선 각도로 표현하면 그게 나만의 색깔이 된다.
셋째, 자신의 삶 경험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50대가 쓰는 이별 가사는 20대가 쓰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살아온 시간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게 오히려 강점이 된다.
세종사이버대 대중음악작사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챗지피티에게 “이찬혁식으로 바꿔봐, 김이나식으로 바꿔봐”라고 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내 색깔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참고하되 결국 내 색깔로 마무리하려 한다.
문학의 글쓰기 vs 노랫말 글쓰기 — 귀로 듣는 글을 써야 한다
작사를 처음 배울 때 가장 헷갈리는 게 있다. 좋은 글을 쓰면 좋은 가사가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문학의 글쓰기와 노랫말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학은 글자 수가 자유롭고 눈으로 읽는 글이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독자가 천천히 읽으며 이해한다. 반면 노랫말은 귀로 듣는 글이다. 발음이 귀로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한 음악 한 곡의 시간 안에서 멜로디와 리듬의 틀이 있어 글자 수가 제한된다. 작곡가가 의도하는 음절 수에 맞춰 써야 하기 때문에 문학처럼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노랫말을 쓸 때 꼭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 어려운 단어나 발음하기 힘든 표현은 귀에 꽂히지 않는다. 예를들어 “망연자실한 감정이 엄습해왔다”는 문학에서는 좋은 표현이지만 가사로는 최악이다. 입에 잘 붙지 않고 노래로 들으면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가사는 단순하고 쉬운 말로 쓰되 감정을 깊게 담아야 한다. 가사를 쓰고 나면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자. 자연스럽게 읽히면 좋은 가사일 가능성이 높다.
소재를 찾는 법 — 일상 모든 것이 가사가 된다
작사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이 있다. “쓸 게 없어요.” 하지만 수업에 교수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작사의 테마가 될 수 있다고.
소재를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1인칭 시점의 움직임과 행동, 냄새와 촉감,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 주변 분위기 모두 소재가 된다. 오늘 카페에서 혼자 앉아 있던 사람의 표정, 버스에서 들린 누군가의 전화 통화,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빗방울. 이 모든 게 노래 한 곡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루의 일과 중 짧은 시간의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도 훌륭한 소재가 된다.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내 방식으로 재해석하면 된다. 실제로 내 가사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넌 모를거야도 드라마 속 서브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헤어지고 몇 년 뒤 다시 만난 남자가 여자가 왜 떠났는지 여전히 모르는 상황. 그 감정을 내 방식으로 풀어냈다. 챗지피티와 밤새 가사를 다듬었고, 그 곡이 틱톡에서 7.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모는 작사가의 재산 — 나만의 단어 노트 만드는 법
작사가에게 가장 중요한 습관이 있다. 바로 메모다. 수업에서는 “자신의 머리를 믿지 말자. 메모는 작사가에게 큰 재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영감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항상 메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나만의 단어 노트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감정별로 카테고리를 나눈다. 슬픔, 기쁨, 설렘, 분노, 그리움처럼. 각 카테고리마다 연상 단어, 표정 묘사, 서술어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슬픔 카테고리라면 연상 단어로 거짓말, 혼잣말, 독백, 빈집, 빈방, 어둠, 그림자, 침묵, 이별 같은 것들을 적어둔다. 표정으로는 어색한, 무심한, 창백한, 담담한, 흔들리는, 메마른을. 서술어로는 무너지다, 흔들리다, 비틀거리다, 외면하다, 도망치다, 버티다, 부서지다를 쌓아두는 것이다.
클로드를 활용하면 이 과정이 훨씬 빨라진다. “이별과 관련된 감성적인 단어 30개를 알려줘”, “슬픔을 표현하는 서술어 20개를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바로 리스트를 뽑아준다. 그중 내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문장으로 만들어보고, 다시 가사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노력도 재능이다. 단어를 많이 알고 많이 쌓아둔 작사가가 결국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다.